배너
Good Morning London 기사입력  2014/04/16 [12:32]
가장 한국적인 그릇, 통도의 꽃
2014 굳모닝런던 초대전 초청작가 -분청장 김진량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그릇은 신비한 자연의 선물이다. 흙과 물이 처음 만나서 그 형상을 빚어내고 다시 불과 대기가 만나 하나의 완전한 형태를 드러내는 우주 원리의 결정체다. 서양에선 자연의 4 원소를 물과 흙 공기와 불이라고 했고 동양에선 5가지 원소로 불과 물, 흙과 나무, 철을 들고 있다. 그리고 이것들이 순환하는 과정을 자연의 섭리라 하며 오행(五行)이라 이름 한 것이다. 

  그릇은 이 서양의 절대 원소인 4 원소의 변화과정, 동양의 음양오행 섭리를 이용한 위대한 창조물이다. 신은 흙에 물을 반죽하여 인간을 지었다고 하지만 사람은 흙과 물에 불을 더 이용하여 그릇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의 영구성,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불을 이용했다. 인류가 불을 사용하게 되면서  대기의 오랜 변화로 이룰 수 있는 섭리의 과정에 참여하게 되고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릇은 불을 이용해 이룬 인류 문화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다. 대기에 노출시킨 산화염 속에서 그릇을 굽던 고대 인류는 아름다움을 찾아 고민한 끝에 공기를 적당하게 조절하고 마지막엔 공기를 억제하여 그릇을 굽는 방법을 찾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것을 다시  한번 구운 다음에 문양을 새기거나 그리고 유약을 발라 1,200도의 고온에서 구워 영원한 생명 성을 부여하는 위대한 창조자로 거듭난 것이다.

  이렇게 생산된 그릇은 기원전 2,000여 년 전부터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 고대시대 에게 연안을 중심으로 한 크고 작은 섬과 해안가에서 1,500여 년간 품질 좋고 아름다운 그릇을 생산하고 그것을 수출하여 벌어드린 돈으로 찬란한 고대문명을 꽃피우며 번영을 이루었다. 뿐만 아니라 이슬람 제국의 번영도 중국의 번영과 메이지유신을 가능하게 했던 일본의 번영도 이 그릇이었다.

  세계문명의 번영은 이렇게 그릇과 함께 시작되었고 도기 문화의 쇠락과 함께 몰락했었다. 임진왜란 이후 한국의 조선 시대 그릇의 명맥을 지켰던 것은 분청사기다. 특히 경상도 지방에서 난 막사발의 천진무구하고 은근한 흙색의 그릇들이 한국적인 미를 대표하는 그릇이었다.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그릇은 백자가 아니라 분청이다.

 한국미를 대변하는 그릇은 백자가 아니라 분청사기다. 한 민족의 대다수인 서민들과 양반층이 모두 사용했던 분청사기의 문양과 거친 숨결에 그들의 정서가 반영된 것은 물론이다.
그릇은 다른 오브제와 달리 생활 혹은 일상을 담고 한 시대의 총체적인 미의식을 반영한다.


  진주와 하동에서 생산된 분청사기의 막그릇이 일본으로 건너가 찻잔이 되고 이들의 대화도를 반영한 그릇이 되어 보물이 되었다. 한국에서 막그릇으로 쓰이던 것이 일본에서 말찻잔이 되고 전통 다실에서 대화(大和)를 담는 정신의 그릇이 된 것이다.
 
▲  2014 굳모닝런던 초대전 초청작가 -분청장 김진량     © GoodMorningLonDon


흙은 만물의 집산이자 모든 생명의 시작이다. 당연히 그 지역의 흙은 그 지역만의 향기와 정신이 배어있고 그 지역의 생명이 고여 있기 마련이다. 도예가 김진량씨가 유난히 흙에 집착하는 것이 바로 이 같은 정서를 반영한 것이다. 

  그는 흙은 그 지역의 정신을 담고 있다고 확신하고 소멸한 통도 그릇의 흙을 찾아 헤매 8년 만에 그것을 찾아내었다. 그러나 점성과 인화력 등 그 흙을 바로 쓰기는 적당하지 않아 다시 그릇을 빚을 수 있는 흙으로 형질을 변환시키려 다시 2년간 수십 차례의 거듭된 실험 끝에 그 가능성을 찾아낸 것이다.
 
  도예가 김진량씨가 가스가마 등 현대식 가마를 거부하고 전통 장작가마를 고집하고 있는 것도 흙이 지닌 고유성을 죽이지 않고 그것에서 아름다움을 분출하고 좀 더 자연스러움에 더 다가서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     © GoodMorningLonDon

 위 그릇의 사발에서 보는 것 같이 마치 은은한 들꽃이 피어오른 것처럼 그릇 표면에 발화된 엷은 분홍색과 거친 질감은 흙이 가진 성품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이 그릇을 두 손으로 감아쥐면 손바닥에 그릇의 거친 표면이 마치 숨을 쉬듯이 느껴지게 될 것이다.
   
▲     © GoodMorningLonDon




  중국의 청화백자로 유명한 경덕진 요 근처에서 생산되는 고령토와 다른 것이 바로 이 숨결이 느껴지는 분청사기의 흙이다.  이 흙의 기운은 고령토와 다르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하는 그릇의 얼굴을 드러내며 그것을 쓰는 사람의 마음을 담게 된다.
 
그런 까닭에 분청의 문양과 색은 화려하지 않고 은은하며 조용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선과 문양을 새긴다. 당연 유약은 최대한 절제하고 그릇의 몸이 자연스럽게 불과 만나도록 장작가마를 이용하는 것이다.
<전하현, 미술사가, 평론가>

 
2014 Good Morning London 한국 작가 초대전
일시: 2014 6월 11-14일
장소: Landmark Arts Centre Ferry Road Teddington  TW11 9NN  
        www.landmarkartscentre.org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GoodMorningLondon의 모든 기사는 출처 명기시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광고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목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포토뉴스

이전 1/36 다음
광고
광고
주간베스트 TOP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