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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정(庖丁)은 백정(白丁)인가

성경으로 읽는 고전-1

박운택 | 기사입력 2011/08/08 [23:27]

포정(庖丁)은 백정(白丁)인가

성경으로 읽는 고전-1

박운택 | 입력 : 2011/08/08 [23:27]

인문학의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되는 요즘, 추천할 만한 동양 철학자로 장자가 있다. 현대 학자 마서륜(馬敍倫)은 장주(莊周-장자의 이름)의 생애는 서기전 370년 무렵 태어나 약 70세를 살았다고 고증하고 있으나 정확한 생몰연대는 알 수가 없다.

우리에게 ‘내가 나비인가, 나비가 나인가’로 익숙해져 있는  장자의 글 가운데 ‘양생주’ 편에 나오는 포정해우를 인문학적 해석이 아닌, 신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려 한다.

포정해우(庖丁解牛)


莊子/第三養生主

庖丁為文惠君解牛手之所觸肩之所倚足之所履膝之所踦砉然嚮然奏刀

騞然莫不中音合於桑林之舞乃中經首之會

 

文惠君曰:「善哉技蓋至此乎

庖丁釋刀對曰:「臣之所好者道也進乎技矣始臣之解牛之時所見牛者三年之後未嘗見全牛也方今之時臣以神遇而不以目視官知止而神欲行依乎天理批大卻導大窾因其固然技經肯綮之未嘗而況大軱乎良庖歲更刀割也族庖月更刀折也今臣之刀十九年矣所解數千牛矣而刀刃若新發於硎彼節者有閒而刀刃者厚入有閒恢恢乎其於遊刃必有餘地矣是以十九年而刀刃若新發於硎雖然每至於族吾見其難為怵然為戒視為止行為遲動刀甚微謋然已解如土委地提刀而立為之四顧為之躊躇滿志善刀而藏之。」

文惠君曰:「善哉吾聞庖丁之言得養生焉。」

포정이 문혜군을 위해서 소를 잡는데, 손으로 쇠뿔을 잡고, 어깨에 소를 기대게 하고, 발로 소를 밟고, 무릎을 세워 소를 누르면, 칼질하는 소리가 처음에는 획획하고 울리며, 칼을 움직여 나가면 쐐쐐 소리가 나는데 모두 음률이 맞지 않음이 없어서 상림의 무악(舞樂)에 부합되었으며, 경수(經首)의 박자에 꼭 맞았다.

문혜군이 말했다. “아! 훌륭하구나. 기술이 어찌 이런 경지에 이를 수 있는가!”

포정이 칼을 내려놓고 대답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은 도()인데, 이것을 기술에서 더 나아간 것입니다. 처음 제가 소를 해부하던 때에는 눈에 비치는 것이 온전한 소 아님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3년이 지난 뒤에는 온전한 소는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신()을 통해 소를 대하고, 눈으로 보지 않습니다. 감각기관의 지각 능력이 활동을 멈추고, 대신 신묘한 작용이 움직이면 자연의 결을 따라 커다란 틈새를 치며, 커다란 공간에서 칼을 움직이되 본시 그러한 바를 따를 뿐인지라, 경락(經絡)과 긍경(肯綮)이 칼의 움직임을 조금도 방해하지 않는데 하물며 큰뼈이겠습니까? 솜씨 좋은 백정은 일년에 한 번 칼을 바꾸는데 살코기를 베기 때문이고, 보통의 백정은 한달에 한 번씩 칼을 바꾸는데 뼈를 치기 때문입니다. 지금 제가 쓰고 있는 칼은 19년이 되었고, 그동안 잡은 소가 수천 마리인데도 칼날이 마치 숫돌에서 막 새로 갈아낸 듯합니다. 뼈마디에는 틈이 있고 칼날 끝에는 두께가 없습니다. 두께가 없는 것을 가지고 틈이 있는 사이로 들어가기 때문에 넓고 넓어서 칼날을 놀리는 데 반드시 남는 공간이 있게 마련입니다. 이 때문에 19년이 되었는데도 칼날이 마치 숫돌에서 막 새로 갈아낸 듯합니다. 비록 그러하지만 매양 뼈와 근육이 엉켜 모여 있는 곳에 이를 때마다, 저는 그것을 처리하기 어려움을 알고, 두려워하면서 경계하여, 시선을 한 곳에 집중하고, 손놀림을 더디게 합니다. 그 상태로 칼을 매우 미세하게 움직여서, 스스륵 하고 고기가 이미 뼈에서 해체되어 마치 흙이 땅에 떨어져 있는 듯하면, 칼을 붙잡고 우두커니 서서 사방을 돌아보며 전율로써 성취감을 누립니다. 제정신으로 돌아오면 칼을 닦아서 수습하곤 집어넣습니다.”

문혜군이 말했다. “참으로 기막힌 말이다. 내가 포정의 말을 듣고 양생(養生)의 도를 터득했다.” (원문의 밑줄은 필자가 편의상 첨가한 것이다.)

 

포정은 소를 도살(屠殺-마구잡이로 죽임)것이 아니라 해우(解牛)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문혜왕의 질문에 ‘臣之所好者道也’라 하여 도를 좇아 소를 잡았다고 답하였다.

포정이 답한 도()를 언급하기 앞서 포정의 직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禮記/祭統 - 1248 -

煇者甲吏之賤者也胞者肉吏之賤者也翟者樂吏之賤者也閽者守門之賤者也

(운,포,적,혼)-4 가지 천한 관리로 운()은 가죽을 다루는 천한 자로 갑옷을 손질하며, 포()는 가축을 도살하는 천한 자이고 적()은 악기를 다루는 천한 자이고 혼()은 문을 지키는 천한 자이다.

공자의 말처럼 포정은 가축을 도살하는 천한 직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과 대화를 나눈다?

더구나 천한 직업에 종사하는 포정이 상림지무(桑林之舞)라는 은나라 탕왕 시절 기우제를 올릴 때의 무곡과 같은 음률을 알고 있었다는 것은 그가 예사 백정이 아닌, 분명 다른 것을 암시하기에 충분하다.

곧, 포정의 직위는 왕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였으며 제사를 알고 있을 정도로 그 지식이 상당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소()란 무엇인가.

 

허신 [許愼, 30 ~ 124]은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 ‘소()는 일하다’라고 하였다. 송나라 초기 태종 웅희 3년 (986년) 황제의 명을 받은 서현(徐鉉)은 허신의 설문해자를 교정하며 소()를 언급하길 ‘큰 희생물이다(大牲也.)’이라고 하였다.

이에 대해 1780년에 시작하여 1808년에 완성한 <<설문해자주>>에서 단옥재는 다음과 같이 비판하였다.

淺人(천인)들이 허신의 설문해자에서 언급한 ‘는 일하다.’라는 의미를 고쳐서 ‘큰 희생물이다(大牲也.)’라고 한 것은 잘못이다.-단옥재의 <<설문해자주>> 에서

자신보다 근 천여년이 앞선 대학자인 서현,서개 형제를 지식이 얉은 자들이라 공박하며 ‘소()는 큰 희생물이다(大牲也.)’라고 한 이들의 주장을 단옥재는 오류라고 지적하였다.

 

포정이 언급한 도()란 무엇인가.

“솜씨 좋은 백정은 일년에 한 번 칼을 바꾸는데 살코기를 베기 때문이고, 보통의 백정은 한달에 한 번씩 칼을 바꾸는데 뼈를 치기 때문입니다. 지금 제가 쓰고 있는 칼은 19년이 되었고, 그동안 잡은 소가 수천 마리인데도 칼날이 마치 숫돌에서 막 새로 갈아낸 듯합니다.”-포정의 답변 에서

포정의 19년 된 칼날이 숫돌로 막 갈아낸 듯 날카로운 것은 뼈를 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 뼈를 치지 않고 발라냈다는 것은 그 소가 평소의 음식으로 사용되지않고 무엇인가 특별한 의식에 사용된 것이 분명하다.

지금은 제가 신()을 통해 소를 대하고, 눈으로 보지 않습니다.- 포정의 답변 에서

포정이 언급한 신의 개념을 추론하기에는 원문만으로는 부족하다. 대신 제사법을 그대로 전하고 있는 유대인의 제사법을 통해 희생제물 다루는 법을 살펴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성경 속의 희생제물

예수께서 신 포도주를 받으신 후에 이르시되 다 이루었다 하시고 머리를 숙이니 영혼이 떠나가시니라. 이 날은 준비일이라 유대인들은 그 안식일이 큰 날이므로 그 안식일에 시체들을 십자가에 두지 아니하려 하여 빌라도에게 그들의 다리를 꺾어 시체를 치워 달라 하니 군인들이 가서 예수와 함께 못 박힌 첫째 사람과 또 그 다른 사람의 다리를 꺾고 예수께 이르러서는 이미 죽으신 것을 보고 다리를 꺾지 아니하고 그 중 한 군인이 창으로 옆구리를 찌르니 곧 피와 물이 나오더라 이를 본 자가 증언하였으니 그 증언이 참이라 그가 자기의 말하는 것이 참인 줄 알고 너희로 믿게 하려 함이니라. 이 일이 일어난 것은 그 뼈가 하나도 꺾이지 아니하리라 한 성경을 응하게 하려 함이라 -요한복음 19: 30-36

그의 모든 뼈를 보호하심이여 그 중에서 하나도 꺾이지 아니하도다 -시편 34-20

주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이르시되, 유월절 어린양에 관한 규례가 이러하니라.”한 집에서 그것을 먹되 그 고기를 조금이라도 집 밖으로 가지고 나가지 말고 그 뼈도 꺾지 말지니라”-출애굽기 12:43-46

둘째 달 십사일 해 질 때에 그들이 유월절을 지켜서 유월절 어린양을 누룩 없는 빵과 쓴 나물과 함께 먹을 것이요, 그것을 아침까지 조금도 남겨 두지 말며 그 뼈를 하나도 꺾지 말고 유월절의 모든 규례에 따라 지킬 것이니라-민수기 9:11-12

유대의 제사법에 따르면 희생제물의 뼈는 부러져서는 안된다. 포정이 유대인들의 제사법의 실체를 알았을리 만무하겠으나 비록 그 실체는 모른다 할지라도 그 형식만은 유대의 제사법의 희생제물 다루는 법과 흡사함을 부정할 수는 없다.

제사의 희생제물을 다루었던 사람들이 공자 이전부터 천민으로 취급되고 장자에 이르러 그 희미한 모습을 ‘포정해우’를 통해 살펴볼 수 있었다.

포정의 손질이 율법()에 따른 제물의 손질<臣之所好者道也> 이었음을 확인했듯이 인문학 중심으로 해석되어 온 동양 철학의 관점을 신학적 관점으로 옮기는 것이 진리를 찾는 자들의 자세가 아닌가 한다.   박운택(必立)
<본 내용은 필자의 '금문으로 해석한 대학과 중용의 성경과의 관계'에 실릴 예정이다.>

장자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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