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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MorningLonDon 기사입력  2016/03/07 [21:32]
5만원에 말 바꾸는 삼류 청와대
조성구의 대 삼성열전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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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전주로 이사 후 생선 장사를 시작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서 집사람이 동네에 조그마한 옷가게를 시작하면서 바쁜 나날을 시간을 보내던 무렵, 2010년 9월 1일, 이번에는 KBS <추적 60분>이 생선가게를 했던 나의 일상과 더불어 나의 억울한 사연을 집중적으로 보 도했다. 

 

제작진들은 전주에 내려와 3일 동안 숙식을 하면서 심층취재를 했다. 그동안 KBS는 내 사연을 몇 번씩이나 집중보도를 했었다. 담당 피디는 이 문제만큼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며 삼성과 검찰이 달라지지 않으면 이 나라의 미래는 없다고 했다.

 

그는 내 사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 피해사례 가운데 대표사례로서 가장 악랄한 경우다.”라고 말하면서 “언론인으로서 이 문제만큼은 진실을 꼭 밝혀서 조사장님이 재기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또 “사장님의 재기는 피해 중소기업의 희망이 될 것입니다.”라면서 나를 격려하고 위로하기까지 했다.

 

어느 방송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제작진의 열정은 시청자가 보기에도 질적인 측면에서 확연한 차이가 난다. 그렇게 지극정성 심혈을 기울인 방송이 나가자 국민적 공감대 형성은 폭발적으로 대단했다. 수많은 국민께서 <추적60분> 게시판에 나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글들이 수도 없이 올라왔다. 어느 시청자께서는 나를 후원하고 싶다면서 계좌번호를 묻기도 했다. 

 

그러자 그 다음 날 청와대가 매우 곤란해졌다고 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대기업과 중소기 업 간 동반성장과 상생협력으로 서민경제를 살리겠다.”며 연일 떠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명박 정부의 낙수효과 정책에 대하여도 사회 각계각층에서 비난 여론이 거세지는 시기였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수출만이 살길이다.”라며 대기업 중심의 고환율 정책을 고집하다 보 니 산업생태계조차도 황폐해졌다. 그렇게 예민한 시기에 내 사연이 대대적으로 국영방송에 소개되고 사회이슈가 되자 청와대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무렵, 집사람은 “우리 남편은 잘못한 게 없는 억울한 사람이니 한을 풀어주길 바란다.”는 내용으로 이명박 대통령 내외분에게 지속해서 편지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청와대로부터 반가운 전화가 왔다. 청와대 중소기업비서관실 김 OO행정관이 었다. 나와 집사람은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나 보다. 지성이면 감천이다.”라더니 하면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쥐구멍에도 볕이 드는 날이 있다.”더니 이제 희망이 보이는구나. “한겨울 칼바람이 몰아치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셀 수도 없이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해도 관심조차도 없던 청와대가 이제 나를 부르는구나.”라는 생각에 나와 집사람은 꿈에 그리던 일이 생길 것만 같다는 희망으로 가득했다.

 

나는 방문 당일 전주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차 안에서 김 행정관에게 몇 차례 내 위치를 알리는 문자도 보냈다. 그럴 때마다 김 행정관은 알겠다며 답신을 보내왔다. 고속버스에서 내린 후 지하철을 타고 경복궁역까지 갔다. 그리고 청와대 입구를 향해 희망에 찬 발걸음을 재촉했다. 참여정부 후 처음 방문한 민원실이었다. 민원실에서 방문 신청서를 작성하고 행정관을 기다렸다. 행정관을 기다리는 내내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 무렵, 청와대 로고가 선명한 다이어리를 들고 김 행정관이 나에게 다가왔다. 

그는 예의로 나를 반갑게 대하면서,

“고생이 너무 많으십니다. 방송 잘 봤습니다. 2층 커피숍에서 음료수라도 드시면서 말씀 나누 시지요?”라며 오렌지 주스를 사 왔다. 그리고는,

“방송 봤는데요, 깜짝 놀랐습니다. 저 같았으면 아마 감당을 못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버티신 것만도 대단하시고,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했다.

 

나는 처음 그의 말에 들으면서 무슨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이 나라 최고의 권력기관인 청와대의 김 행정관의 위로를 듣자니, 지난 모진 세월 고생을 했던 나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는 나의 억울한 사연을 꼼꼼히 하나도 빠짐없이 메모했다. 그리고는 꼭 해결하겠다며 몇 번씩이나 나를 안심시켰다.

“사장님, 그동안 고생 정말 많으셨습니다. 이젠 청와대가 나서겠습니다. 두 번씩이나 검찰이 무혐의 처분해서 어려운 사건이지만, 청와대가 나서서 반드시 해결하겠습니다. 관련 비서관실과 협의해서 무조건 결과를 만들어내겠습니다. 청와대가 하는 일이니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마음 편하게 댁에 가셔서 기다리십시오. 전화 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 반가움과 함께 서러움에 복받쳐 어느새 눈물이 핑 돌았다.

 

나는 청와대 민원실을 나오자마자 집사람에게 전화를 했다. 김 행정관이 약속을 최대한 빨리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집사람도 얼마나 기뻤던지 목이 메어서 제대로 말도 못하고 울기만 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고속버스 안에서도 꿈인지 생시인지 믿겨지지 않을 만큼 벅찬 감격이 밀려들어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우리 가족이 정상적인 모습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나날들이 그려졌다. 집으로 돌아오자 집사람은 모처럼 환하게 웃으면서 정성껏 차린 밥상을 내놓았다. 집사람과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들이 엄마 아빠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녀석들도 방긋 웃자 오랜만에 집안에는 행복이 넘쳐났다. 

 

김 행정관이 전화해줄 날만 기다리며 일주일이 지났다. 궁금하고 급한 마음에 김 행정관에게 전화해서 진행 상황을 묻기도 했다. 그는 관련 비서관실과 회의 중이라고 전했다. 만만치 않은 일을 하는가 싶어서 그의 말을 믿고 며칠을 참으며 기다렸다. 그러다 내가 먼저 또 전화했다. 그런데 그의 목소리가 뭔가 힘들다는 듯 어물거리며 말을 제대로 하질 못했다. 난 불길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날 저녁, 청와대로부터 특급우편물 하나가 도착했다. 편지봉투 안에는 5만원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현금을 포장한 종이에 “여비 보내드립니다. -중소기업비서관실-”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나는 곧바로 김 행정관 휴대폰으로 전화를 했다. 

“김 행정관님, 청와대에서 보낸, 이 돈 5만원은 뭐죠?” 그러자 그는,

“네.....어휴..어휴,,,청와대 다녀가시면서 쓰신 경비로 드린 돈입니다.” 

“네??? 무슨 말씀이세요? 꼭 해결하신다고 하셨잖아요.”

“네...어휴,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

“저희가 알아보니 검찰이 이미 두 번이나 무혐의 처분을 내린 사건이라 우리도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습니다.”

 

뻔뻔한 거짓말이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권력기관인 청와대가 나선 일이다. 이미 그들은 나에게 전화할 때부터 사건 내용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이 어떻게 잘못된 것인가. 

 

“검찰이 두 번씩이나 불기소 처분해서 어렵지만,청와대가 나서서 꼭 해결하겠다.”라고 약속한 그들이다, 그런데, “없던 일로 하자고 하겠다?” 그것도 이나라 권력의 심장부인 청와대가, 뭔가 틀림없이 보이지 않는 힘이 또 작용한 것이다. 청와대가 피해 중소기업과의 약속을 5만원으로 깔아뭉개는 힘이었다. 나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피켓 문구를 만들어서 서울로 올라갔다. 

 

언론소비자주권 국민 캠페인 사무실부터 들려서 피켓부터 만들었다. 차비 5만원은, 폼보드로 만든 피켓에 풀로 붙였다. 그리고 청운동 동사무소 청와대 입구에서 “없던 일로 하자며 청와대가 준 5만 원 돌려드리겠습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그리고 1인 시위 후 근처 우체국에서 김 행정관에게 전신환으로 반납했다.

 

이 나라 청와대가 어쩌다 중소기업과의 약속을 ‘5만원에 말 바꾸는 삼류’가 되었을까? 하긴, 천문학적인 탈세, 횡령, 비자금 조성, 경영권 불법 승계, 불법 로비 등, 삼성이 저지른 경제 범죄에 ‘원포인트’ 단독 사면을 해주는 그들이었다. 상생협력? 동반성장? 공정사회? 이런 말을 떠들려면 우선, 이 나라를 부패시킨 삼성부터 철저히 수사하고 처벌했어야 했다. 

 

이 내용은 2010년 10월 26일 <프레시안> "'없던 일로 하자'며 청와대가 준 5만원, 돌려드리겠습니다" 제목으로 기고하여 보도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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