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스포드 대학촌   ©GoodMorningLonDon

몇 해 전 영국 한겨레 한글학교 학생들과 옥스포드 대학을 견학할 기회가 있었다. 30여 명의 초등학생들을 데리고 옥스포드 한국 유학생들의 초청으로 옥스포드 대학을 세세하게 둘러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대학생 형과 누나들이 2인 1조가 되어 학생 한 두 명을 에스코트하여 자신이 공부하는 대학과 기숙사 내부까지 두루 구경시켜주었다.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는 시간에 유학생 형들과 어린 학생들, 그리고 그날 동행했던 학부형, 교사들이 함께하는 자리를 가졌다.

학부형들의 컴퓨터 게임에 빠진 자식들에 대한 고민과 영국 명문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공부방법에 대한 열띤 질문과 답이 이어졌다.

수학을 못해도 명문대에 갈 수 있다.

답변에 나선 학생들 중에는 자신들 또한 컴퓨터 게임에 깊게 빠진 적이 있다는 말과 함께 어린 학생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미래에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를 학부형과 아이들이 자주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들려주었다. 어떤 학부형은 자신이 한국에서 수학을 못했기 때문에 명문대를 포기해야 했다는 질문이 있었다. 이에 대해 옥스포드 졸업반 학생의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했다.

영국 학제는 6-5-2-3으로 초등 6년, 중.고등 통합 5년, Sixth Form이라고 대학 예비과정 2년, 대학과정 3년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과 다른 것이 중.고등 통합과정인 year 7(한국 중1)인 K3과정이 year 9까지 3년 동안 이어지고 한국 고교 1학년 과정이 year 10에 시작되어 year 11(KS4)까지 2년 과정으로 구성된다. 한국 고3 과정에 해당되는 year 12에는 Sixth Form이 year 13까지 2년 기간으로 구성된다. 영국 학제를 좀 더 세분화 하면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교 2년, 예비대학과정 2년으로 짜여 있다.

대부분 학생은 GCSE(중고등 자격시험)이 끝나는 year 11까지 영어,수학,과학, 체육을 필수로 하고 대학 예비과정에 해당하는 year 12 가 시작될 때, 자신이 가고자 하는 대학의 전공을 중심으로 3-4개의 과목을  선택하면 된다. year 13 학년에 치르는 A-level 시험 결과에 따라 합격여부가 결정된다. 대학의 합격 여부는 한국과 달리 대학 예비 과정인 year 12 때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으로부터 합격 예상 점수(Predicated Grade)를 받아 1년 후 A -level 성적이 그 예상 점수를 만족시키면 합격 여부가 결정된다. 

Sixth Form인 year 12와 year 13(A-level)을 한국의 대학 1학년 과정으로 보면 된다. 한국 대학의 1학년들이 받는 전공에 따른 예비 전공을 수업을 고교과정에서 받기 때문에 한국 대학 4년 과정을 영국에서는 3년으로 단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국 대학 신입생들의 교양과목 중심의 수업이 없기 때문에 입학과 동시에 전공을 깊이 있게 집중해야 하는 영국 대학은 대학 입시공부보다 훨씬 강도 높은 대학 수업을 받게 되는 것이다.

한국 고 3에 해당하는 year12을 시작할 때, 자신이 대학에서 전공하고자 하는 전공에 따라 수학이 필요치 않는 학생은 Sixth Form에서 수학을 선택하지 않으면 된다. 자신이 선택한 전공과목의 예비과정 점수에 따라 입학 여부가 결정되는 영국식 교육과정은 한국식과 큰 대비를 이루고 있다. 전국에서 일시에 치러지는 시험 점수에 따라 대학을 선택하고 그 대학의 각 학과별 커트라인을 확인하고 입학 원서를 접수하는 한국과 달리, 자신이 고교과정인 Sixth Form에서 선택한 전공 예비과정에 따라 대학 선택이 아닌, 해당 전공별 전국 대학의 합격점수 커트라인을 확인하고 각 대학에서 요구하는 전공별 점수를 A-level에서 취득하면 합격하는 영국식이 자신의 적성보다는 수능 점수에 따라 전공을 선택하는 한국과는 많은 차이점을 보여준다.

곧, 3년제 고교과정인 한국과 달리 고교 과정을 4년 제로 함으로써, 고교 3,4학년은 대학 전공 예비과정을 공부하여 대학 1 학년 때 전공 교양수업을 고교과정에서 마치는 것이다. 그 전공 교양수업 결과에 따른 전공선택을 하기 때문에 대학에 진학해서 전공을 바꾸는 경우가 한국보다 훨씬 어렵다.

한국의 고교 과정, 학생 중심으로 개혁 필요

한국은 고2 때 문과와 이과로 나눠진다. 문과라 해도 대학 전공과 상관없이 수학은 필수다. 아무리 예술과목에 특별한 재능이 있다 해도 수학을 못하면 명문 대학 입시는 불가능에 가깝다. '수포자'(수학 포기자)라는 말은 한국에서 미래를 포기하는 말과 상통한다. 아무리 예능이나 다른 분야에 특출하다 해도 단순히 수학에 관심이 없다는 이유로 자신의 미래를 일정 부분 접어야 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한국에서 사교육보다 공교육 내실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교과정 개혁이 절실하다. 수학 혹은 영어 교육으로 학생들을 사교육 시장에 의지하도록 하는 현 교육 체계를 바꾸지 않고는 학생들 뿐만 아니라 학부형들의 사교육비 부담은 국가가 마주하고 있는 난제 중 난제다. 세금 해택도 없고 국가지원도 없는 사교육비는 가정들의 생계를 위협할 정도가 되고 이는 한국의 노조를 강성화 하는 한 이유도 되고 있다.

수 십만의 박사들 제 위치에 세워야

학생수 감소에 따라 대학은 갈수록 적어지고 그에 따른 교수들이 서야 할 강단이 좁아지고 있다. 현재도 수 십만의 박사 학위자들이 자신이 전공한 학문을 교육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사교육 시장에서 전공과는 무관한 강의를 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들이 고교에서 대학 예비과정을 교육함으로써 공교육 현장이 내실화될 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들이 '수학'한 과목 때문에 공부를 포기하는 경우도 훨씬 드물 것이다. 무엇보다 갈수록 변화 속도가 빨라지는 4차 산업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는 더 빠른 교육 현장의 변화를 필요로 한다. 

교육 개혁, 한 곳만 시스템 변경해서 바뀔 수 없는 백년대계

교육은 선진국들이 가장 우선시하는 국가 최우선 주제다. 급속한 사회변화는 교육 현장 또한 그에 따른 변화가 시급한 분야다. 교육 공급자 편의에 따라 옛 방식을 고집한다거나 변화 대신 안정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특히 한국의 고교과정에서 줄 세우기 학점 방식은 교육 현장을 황폐화시킬 뿐만 아니라 교육 소비자들 또한 낙오자를 양산하는 모양새다. 고교 과정은 청소년들의 가치관과 세계관 형성에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이때에 공동체에 대한 솔선수범과 리더쉽, 공동체 구성원의 자세 및 개개인의 능력과 미래를 위한 준비 등... 이러한 시기에 친구와의 경쟁만을 강요하는 상대평가 점수는 미래를 암울하게 할 뿐이다. 공교육 내실화를 각 정부마다 강조하고 있으나 어느 정부도 그 결과를 책임지던 때가 없었다. 

미래는 다양성이 가장 중요한 시대다. 그러함에도 교육 현장은 여전히 19세기 상황이다. 적어도 대학 예비과정 전까지는 다양성에 따른 교육이 필요하다. 드라마, 연극, 운동, 개인의 주특기 발견 및 개발, 단체 활동 등... 학생들이 학창 시절에 경험할 많은 것들이 대학입시 준비만으로 채워지고 있는 한국 교육 현장은 학생들에게 암울함만을 강요하고 있는 교육 소용소 아니고 무엇이랴. 만화를 잘 그리고 노래를 잘하고, 춤을 잘 추는 것만으로도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