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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더왕가의 뿌리를 찾아서...

그리고 리버플 도시재생

GoodMorningLonDon | 기사입력 2020/02/05 [16:42]

튜더왕가의 뿌리를 찾아서...

그리고 리버플 도시재생

GoodMorningLonDon | 입력 : 2020/02/05 [16:42]

튜더왕가의 뿌리를 찾아서...그리고 리버플 도시재생

 

▲     © GoodMorningLonDon

 

방학 동안 컴퓨터 게임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는 두 녀석,

"아들들, 공부 좀 하지." 나

"아빠, 방학은 놀라고 있는 거예요."중3 영웅이

"아빠는 그것도 몰라?" 형 편을 드는 영광...

한국 같으면 학원에 과외에 넋이 빠질 녀석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 이 녀석들을 몰고 2박 3일 일정으로 웨일즈 여행을 떠난다. 그것이 컴퓨터 게임에서 벗어나게 하는 유일한 길이다. 여행이라면 이제 마땅히 가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두 녀석은 지체없이 가방을 꾸린다. 예전 같으면 각각 가방 하나씩 끌고 갔지만, 이제는 하나로 충분.

 

여행 첫날. 헨리7세와 리차드 3세

 

아이들과 요크를 여행하며 중세의 영국 역사와 장미전쟁을 얘기하던 중 영웅이가 튜더왕조에 대해 관심이 있어 했다. 그래서 장미전쟁을 승리로 이끈 헨리7세를 찾아 여행하기로 한 약속을 실행하는 여행이다.

 

 

펨브룩 카슬까지는 런던에서 서쪽으로 약 다섯 시간이 걸린다. 가는 도중 웨일즈의 수도인 카디프에 들러 카디프 국립 박물관을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프랑스 인상파 화가인 모네의 작품이 가장 많이 전시된 박물관으로 유명하다. 우리 일행은 아침 늦게 출발한 탓에 박물관은 패스하기로,물론 이미 서너 번 왔기 때문.

 

이곳 저곳 기웃거리며 최종 목적지에 도착한 시각이 펨브룩 카슬 문을 닫기 한 시간 전. 덕분에 방문객들이 뜸하다. 한가한 성터를 아이들은 마치 제 성인 양 뛰어다니고... 이 펨브룩 카슬 또한 정복왕 윌리엄 시대 이후인 1200년경에 지어진 성으로 그 규모가 한마디로 방문객들을 압도하고 남는다. 

 

윌리엄의 건축 보좌관인 생베르탱 수도원의 고셀린 수도사는 석재 건축물이라고는 변변한 게 없던 잉글랜드에 건축과 관련한 지침을 정리했다.

 

'놀랄만하고, 위엄있고, 빛이 가득 찬 확 트인, 무엇보다 특별히 아름다울 것' 

 

이것이 윌리엄 왕이 영국에 소개한 대륙의 건축 양식으로 후세에 이것을 고대 로마식 건물을 본떴다 하여 '로마네스크(Romanesque- Roman 로마 +Esque 式'양식이라 이름 붙였다. 특히 펨브룩 성이 높은 이유는 당시 뽀족하며 높은 건축양식인 고딕풍이 곁들여져 여느 성보다 높이를 자랑한다. 노르만 왕조 시대에 전 영국에는 윈저성을 비롯한 1,000여 개가 넘는 석재 성들이 지어졌다.  그 엄청난 규모와 높이는 피정복민들이 감히 대항할 염두를 에초부터 차단할 정도로 '누가 이 땅의 주인인가'를 확실히 인식시켜주었다.

영국에서는 로마네스크 양식을 윌리엄이 소개했다 하여 노르만 건축이라고도 부른다. 웨일즈는 영국에서 600여개의 성들이 남아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백년 전쟁이 끝난 2년 후, 1455년 시작된 귀족들 간의 전쟁은 그 후 1487년까지 30년이 넘게 지속됐다. 요크 공작 리차드가 랑카스터 가문의 서머셋 공작에 대한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은 랑카스터 가문을 상징하는 붉은 장미와 요크가문의 백장미를 들어 장미전쟁으로 불리게 되었다. 1485년, 외가인 랑카스터 가문을 대표한 헨리 투더가 보스워스 전투에서 요크가문의 리차드 3세를 전사시키고 헨리 7세로 잉글랜드 왕위에 올랐다. 

 

헨리7세는 아버지 리치몬드 백작인 에드문드 튜더가 전사한 뒤 3개월 후인 1457년 1월, 유복자로 태어난다. 왕족간의 전쟁으로 프랑스로 쫒겨가있던 헨리가 프랑스 지원병과 함께 고향인 이곳으로 돌아와 고향에서 지원병을 늘려 요크가문의 왕인 리차드3세와 1485년 보스워드 벌판에서 세기의 결전을 치른 것은 27살 되던 해였다. 

이 전투에서 승리한 헨리는 요크가문을 통합하여 명실공히 잉글랜드 왕이 되어 튜더왕조를 일으키게 된다. 물론 잉글랜드 요크왕가의 마지막 왕인 리차드 3세는,  패배자의 역사 기록이 언제나 그러하듯, 악당에 불구로까지 묘사되게 된다. 그러나 2012년 발굴된 그의 유골은 세익스피어가 묘사한 곱추나 왼쪽팔의 기형을 가진 폭군이 아니라, 거의 티가 안 나는 척추측만증이 있는, 상당히 능력 있는 왕으로 재평가 되고 있다. 

 

30년 동안의 귀족 가문들 전쟁으로 왕의 세력을 위협했던 많은 제후와 기사들이 몰락한 덕분에 헨리 7세는 왕권을 강화하여 중앙집권 체제를 확립해 나갔다. 그의 아들이 그 유명한 헨리 8세로 아버지가 확고하게 잡아준 권력을 배가시켜 엘리자베스 1세에게 고스란히 물려주게 된다. 

백년 전쟁 후유증으로 일어난 장미전쟁, 장미전쟁으로 귀족들의 붕괴로 귀족 중심의 영국의 중세는 마감되고 자연스럽게 왕권이 중앙집권화되는 근세를 태동하게 된다.

 

숙소는 '보물섬'이라는 소설에 나오는 여관처럼 조그마한 '돌고래 호텔'로 찾아들었다. 밖에서와 달리 여행객들로 북적인다. 방도 의외로 깨끗하다. 전형적인 영국식 저녁을 먹고 하루를 마감한다.

 

여행 둘째 날- 웨일즈 수호성인 성 데이비스 성당으로...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 Dylan Thomas(1914-1953)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순순히 불의를 받아들이지 용납하지 마라

Old age should burn and rave at close of day​

기성세대는 당신들의 시대가 끝나갈 때에 분노하라.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꺼져가는 정의에 분노하고 분노하라

Though wise men at their end know dark is right,​

스스로 현명하게 살았다고 하는 자들은 생의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불의가 편한 삶이라고 말하나

Because their words had forked no lightning they​

그들의 이러한 말은 세상에 아무런 빛을 던져주지 못한 자신들의 삶에 대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아무런 저항 없이 불의가 주는 안락함을 받아들이지 마라.

Good men, the last wave by, crying how bright​

선하다고 하는 자들은 생의 마지막이 지날 쯤 삶이란 얼마나 축복받은 것인가 라는 것을 

Their frail deeds might have danced in a green bay,​

그들의 삶이 푸른 바다 위에서 빛날 수도 있었음에도, 덧없던 자신들의 행실에 울며불며 한탄해보지만...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정의가 죽어가는 것에 분노하고 분노하라.

Wild men who caught and sang the sun in flight,​

스스로 지혜롭다고 하는 자들은 인생의 낭만을 노래했지만

And learn, too late, they grieved it on its way,​

그러나 그들이 후회하게 될 것을 알게 되는 때는 너무 늦다.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불의의 달콤함을 받아들이지 마라.

Grave men, near death, who see with blinding sight​

용감한 자라도 죽음의 문턱에 이르러서야 자신들의 삶이 눈먼 삶이었다는 것을 보게 되지

Blind eyes could blaze like meteors and be gay,​

눈이 멀었다 해도 유성처럼 빛날 수 있음에도...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정의가 죽어가는 것에 분노하고 분노하라.

And you, my father, there on the sad height,​

그리고 그대, 슬픔의 단 위에 선 나의 아비여

Curse, bless, me now with your fierce tears, I pray.​

당신의 성난 눈물로 나를 저주하고, 축복하길 내가 기도하나니...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불의가 주는 평안한 밤을 받아들이지 마라.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정의의 빛이 죽어가는 것에 분노하고 분노하라.

 

웨일즈는 어쩌면 조선반도의 전라도 같은 곳이다. 얄궂은 역사와 그 슬픈 역사를 예술로 풀어낸 많은 예술가가 그렇고...유명한 배우들로는 캐서린 제타존스, 안소니 홉킨스, 매튜 리즈, 이안 그루퍼드, 리스 이판 등이 웨일즈 출신이다.

아이들과 여행하며 그 지역이 배출한 시인들의 작품을 음미해봄직도 하지만, 시를 논하기에는 아비의 이방 언어가 짧고 아이들의 모국어가 짧다. 다음 번 방문 때 이 시를 낭송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영국은 잉글랜드의 한자식 표현이다. 우리가 통상으로 쓰는 영국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웨일즈 그리고 북아일랜드 4개 국가로 이루어져 있다. 국가마다 수호성인이 있고, 웨일즈 수호성인은 성 데이빗으로 3월1일이 웨일즈 국경일이다.

성 데이빗 성당으로 가는 길은 좁디좁은 전형적 영국 길이다. 내가 발견한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중에 하나다. 

성 데이빗 성당에서 둘째 날 숙소로 가는 길은 웨일즈 1경인 스노도니아 국립공원을 가로지르는 길이다. 가는 길에 도자기로 유명한 포트메리온에 들릴까 하다가 도자기는 아이들과 내 관심사가 멀기에 다음 기회로 하고 풍경으로 눈을 돌렸다. 다음 숙소는 발음도 어려운 랜디드노(Llandudno), 북 웨일즈에 위치한 2만 명쯤 되는 인구의 소도시다. 그러나 이곳 또한 폐장 분위기의 지방 소도시로 한때의 화려했던 흔적들이 전설로 되어가고 있는 듯...고대 로마인들이 개발했던 구리광산이 있다 하나 다음날 여행을 위해 일찍 취침.

 

마지막날- 도시재생에 성공한 리버플

 

리버플로 향하는 도로 위에서 옆에 앉아있던 큰놈,

“아빠, 고맙습니다.”

“뭐가?”

“우리는 저렇게 트래픽 잼에 갇히지 않았잖아요.”

반대편 차선은 수십 킬로가 거북이 됐다. 마지막 여름을 즐기려 늦게 휴가를 잡은 사람들이 바다로 향하는 행렬... 마침 태양은 머리 벗겨질 정도로 뜨겁다. 그러나...지금 오전 10시 반인데도 그대들이 바닷가에 도착할 쯤은 해질녁이 돼있을 듯...

여기서 내 본성 살짝...내가 탄 길이 뻥 뚤려있고 맞은편 도로가 콱 막혀있으면 은근 ... 

"너도 꼬시냐? 역시 내 아들 맞아." 한바탕 웃음.

 

점심 무렵 리버플 도착, 도시로 들어서는 길부터 예전과 다르다. 리버플 관광객들이 자연스럽게 주차하는 곳이 대형 쇼핑몰 지하 주차장...머리를 잘 썼다. 불과 3년 전만 하더라도 썰렁한 비틀즈 기념관과 그 앞에 볼썽사납게 설치된 런던아이 축소판  탈것이 전부던 이곳이 이렇게 상전벽해라니...무엇보다 여행객들이 북적거린다. 

새로 생긴 박물관에 호기심을 보이자 막둥이는 벌써 내뺄 궁리를 한다. 박물관 두드러기가 도진 모양이다. 역시나 막둥이 예상이 맞았다. 멋진 현대식 건물에 우중충한 영국 옷들 전시물과 사진들...볼 만한 것들은 이미 다른 박물관으로 다 빼앗기고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흑백 사진들과 낡은 옷가지들...

차라리 박물관 말고 리버플 미래관이라 했으면 어땠을까. 컴과 스마트폰에 중독된 아이들이 즐겁게 박물관과 친해지는 방법을 구상 필요...'박물관은 살아있다.'라는 영화는 너무 부앙부앙하고...공무원들의 상상력 빈곤은 영국이라고 예외가 없다. 

 

리버플을 돌아보며 몇 해 전 한국에서 온 공무원들과 나눴던 얘기가 생각났다. 왜 경주는 전주보다 풍성한 볼거리들이 있음에도 여행객 수는 한참 밑도는가.

여행객을 끌어들이는 것은 단순히 역사적 유물만으로는 부족하다. 볼 것과 먹거리가 병행돼야 한다. 리버플이 도시재생에 성공한 것은 볼 것과 먹거리에, 쇼핑타운을 첨가한 것이 열쇠로 보인다.

비틀즈 기념관은 여전히 한산하다. 기타 몇 대와 음반 몇 장에, 예전 포스터로 관광객 호주머니를 노리기는 부족해도 한참 부족하다. 한국 같으면 비틀즈 길거리 노래방이라도 열어봄직 하련만....그것도 노래 잘하는 한국 사람들 얘기고...내 고향 전주도 전통거리에서 한복만 상품화할게 아니라 길거리 노래방을 소규모로 정기공연하면 어떨까...

한국의 발달된 인터넷으로 생방송 하면 그것도 관광 상품이 되련만....

 

도시재생 필수 3꺼리

 

볼꺼리- 알버트 독을 중심으로 근처에 멋진 건물들이 즐비하게 세워졌다. 새로 지어진 박물관을 미래관으로 바꾸는 것이 좋을 듯...

먹꺼리- 영국식 피시앤칩과 말라깽이 쏘시지가 전부였던 이곳에 거리음식이 넘쳐난다.

살꺼리- 대형 쇼핑몰이 관광지와 바로 연결돼 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리버플 발전기금을 쾌척.

음악을 논할 나이가 되어 CD 몇장 사서 주차장 빠져나오는 길에 한갓진 갓길이 보이길래 차를 세우고 네비 조작하고 있는데 뒤에서 버스가 라이트를...기사님이 방긋 웃으며 친한 척...버스 전용차선. 발전기금 납부용지는 어김없이 날아오고...

 

여행의 3꺼리-날씨+음식+깨끗한 잠자리

 

“아빠 것은 왜 항상 맛있어요?”

자기가 주문해놓은 것보다 아빠 음식에 더 관심이 가는 막둥이...

“너들은 익숙한 것을 주문하고 아빠는 그 가게에서 제일 유명한 것을 주문하니까...”

오늘도 “다음에는 나도 아빠랑 같은 것 주문해야지.” 합니다. 아빠것 먼저 나눠 먹고 나서 지가 주문한 것을 먹습니다.

여행 동안 역시나 화창한 날씨를 보내준 그분께 감사드립니다.

“다음에는 박물관 가자. 그래야 맛있는 것 먹지.”

“네...”막둥이 대답이 영 시원찮습니다. 박물관좀 재밋게 만드는 아이디어 없나요?

 

<웨일즈 여행사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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